소녀 타투이스트 바늘
타투(Tattoo)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혹시 아직도 무서운 느낌의 문신만을 떠올린다면 부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타투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특별히 [타투이스트 바늘]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22살 아티스트의 감성이 듬뿍 담긴 핫한 타투 디자인들을 관람할 수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프리랜서 아티스트들이 모여 일하고 있다는 모던한 인테리어의 작업실에서 소녀 타투이스트 바늘을 만났다.
Q. 헤어 컬러가 매우 인상적이다.
워낙 머리색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미용실에 안 가고 직접 탈색도 하고 색을 입혔다. 날이 추워지면 블랙으로 바꿀 예정이다.
Q. 아이섀도도 헤어 컬러랑 맞춘 것 같은데.
컬러풀한 섀도를 자주 사용한다. 타투도 컬러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Q. 작업실이 참 깔끔하고 예쁘다. 솔직히 좀 어두침침한 곳을 상상했었다.
하하. 여기 있는 테이블이랑 수납장 전부 같이 있는 아티스트 분들이 나무만 구해 와서 직접 만든 것이다.
Q. 타투는 언제 처음 시작하게 됐나.
작년 여름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홍대에 있는 타투숍에서 수강생으로 시작했는데 그 곳 성향이 나와 맞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곳을 나와 다른 작업실을 찾다가 지금 이 곳에서 일하게 됐다.
Q. 타투는 왜 하게 됐나.
타투를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었다. 타투는 그냥 그림이다. 유치원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꾸준히 그려왔다. 패션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한 학기만 다니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부모님께 학교에 안 가겠다고 선언한 뒤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는데 집에서 가지고 나온 돈이 10만원도 안 돼 친구 집에 얹혀서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돈은 꽤 벌었지만 이러다가는 평생 하고 싶은 것도 못해보고 돈만 좇으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내가 여태껏 가장 시간을 많이 쓰며 즐겨왔던 일이 뭔지 생각해보니까 그림밖에 없었다. 고민하다가 타투숍 여러 곳에 전화해보며 시작하게 됐다. 물론 지금은 페이를 떠나서 너무 즐겁고 만족스럽다.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Q. 부모님이 타투이스트 일을 반대하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얘길 안 했다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때 말씀드렸다. 처음에 엄마는 반대하셨지만 아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믿고 지지해주셨다. SNS에 올린 작업들을 보여드리고 했더니 요즘은 두 분 다 댓글도 달아주시고 주변 분들한테 내 딸이 한 거라며 자랑도 하신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타투의 매력은.
타투는 평생 몸에 새겨지는 거니까 대부분 각자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담는다. 그것을 새기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Q. 작업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
작은 디자인은 10분도 걸리고 큰 디자인은 몇 개월에 걸쳐서 하기도 한다.
Q. 작업 진행 순서에 대해 자세히 말해 달라.
카카오톡이나 문자, 이메일로 상담이 들어온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진 샘플을 3~4장 정도 받는다. 그것을 토대로 타투 작업을 했을 때 예쁠 만한 느낌으로 디자인 도안 작업에 들어간다. 수정을 거쳐 디자인이 확정되면 예약한 날짜에 고객이 작업실을 방문한다. 확정된 도안을 사이즈별로 뽑아서 원하는 부위에 대보며 어떤 사이즈로 할지 정한 뒤 전사지로 피부에 도안을 그대로 옮기고 본격적인 타투 작업에 들어간다. 추상적으로 의뢰하는 작업이 제일 어렵다. 예를 들어 그냥 “몽환적인 느낌을 원해요” 라는 식으로 의뢰가 들어와 내가 생각하는 느낌으로 디자인을 하면 고객이 원했던 것과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디자인 의뢰를 받는다.
Q. 타투로 했을 때 예쁠 만한 디자인이 따로 있나.
요즘 한글 타투도 많이 하는데 사실 그렇게 오밀조밀한 디자인의 타투는 피부 조직이 움직이면서 더 쉽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타투 디자인은 아니다. 또 디지털적인 것보다는 빈티지한 느낌이 타투 디자인으로서는 더 매력적이다.
Q. 타투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가.
기계가 따로 있다. 기계에 바늘을 장착해서 작업하는데 바늘을 거의 0.1mm도 안 빼고 사용한다.
Q. 아, 그 정도면 별로 무섭지는 않겠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1초에 80~100번 정도 바늘이 찌르니까 아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작업은 라인부터 그리고 명암을 넣고, 어두운 컬러에서 밝은 컬러로 진행한다.
Q. 타투 시술 이후 주의사항은.
시술 후 1~2주 정도는 금주하는 것이 좋다. 또 타투 자체가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딱지가 앉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잉크를 다 빨아들인다. 그래서 딱지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2주 정도 건조하지 않게 바세린이나 비판텐을 듬뿍 발라줘야 한다. 샤워할 때 특히 많이 발라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줘야 하고 잘 때도 이불에 안 찍히게 조심해야 한다.
Q. 리터칭 작업도 하는지.
리터칭이란 게 결국은 상처난 부위에 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피부 손상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적어도 첫 시술 후 2개월 정도 뒤에 받는 것이 좋고 평생에 2~3번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타투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올드스쿨, 뉴스쿨, 이레즈미, 블랙&그레이, 일러스트, 수채화 이런 것들이 있는데... 사실 종류를 나누는 것이 애매한 것 같다. 그림에서 입체파, 추상파, 야수파로 나누는 것도 당시 사람들은 그 시대의 그림이 이런 식으로 나뉠 줄 모르지 않았을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타투이스트들이 임의로 지어놓고 종류를 나눈 올드스쿨이나 뉴스쿨처럼 일러스트, 수채화, 블랙&그레이도 각자 임의로 지어 부르는 것이다.
Q. 타투에도 트렌드가 있나.
자연스레 유행하게 되는 타투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여성들 사이에서 [미니 타투]가 가장 인기가 많다. 외국에서는 깃털, 닷, 십자가, 로마 숫자, 화살, 새 같은 도안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Q. 특별히 즐거운 작업이 있나.
옷도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만들 때 제일 재밌는 것처럼 그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그릴 때가 제일 즐겁다. 나는 밝은 일러스트 느낌을 가장 좋아한다.
Q.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홍대숍에 있을 때는 타투는 그림이랑 다르기 때문에 기계만 잘쓰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기계는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림이다. 디자인이 잘 나와야 시술도 예쁘게 나온다. 그래서 시중에 파는 타투 도안집보다 드로잉북을 사는 것이 더 좋다.
Q. 혹시 셀프 타투도 해본 적 있는지.
발목 쪽에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내가 보면서 내 손으로 작업하려니 무섭기도 하고 더 아프게 느껴졌다. 쇄골 쪽에도 레터링 타투가 있는데 이건 다른 타투이스트가 해줬다.
Q. 작업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
구체적인 디자인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지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여러 해외 타투이스트들 작품을 보며 디자인을 구상한다.
Q. 블로그에서 본 팝아트 작품들도 인상 깊었다. 타투 외에 다른 작업들도 할 계획이 있나.
그림 전시에도 관심 있고 얼마 전에 포토그래퍼 공부를 하는 지인과 사진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 식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또 고등학교 때부터 흑인 음악을 해서 지금도 음악 작업실에서 지내며 레코딩 작업을 한다. 때가 되면 음반도 내고 싶다. 타투는 내가 가진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타투이스트가 아니라 아티스트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Q. 전시나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 꼭 알려 달라. 재능이 참 많은 것 같다.
아니다. 그냥 욕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격이다.
Q.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고객이 있나.
한 번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가 고객으로 온 적이 있다. 같은 타투이스트가 나를 믿고 작업을 맡긴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분 좋았다.
Q. 대한민국에서 타투이스트로 살아가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장점은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서 즐겁게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또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고객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렇게 서로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단점은 예전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해도 한국 사회에 깊숙이 남아있는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타투는 아직 언더그라운드 문화이다. 타투이스트라고 하면 여전히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내가 한 만큼 돈을 버는 것 또한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Q. 타투이스트로서 혹은 인생의 롤모델이 있는지.
타투이스트 도이님. 처음 이 작업실에서 나를 받아준 것도 도이님이었고 지금도 내 인생 가까이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일적인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배울 점이 참 많다. 나도 내가 가진 것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흘려보내는 사람이고 싶다.
Q. 타투이스트를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일단 자신이 그림을 즐기는 사람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누군가의 몸에 평생 남는 그림을 새기는 일인 만큼 실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수입도 일정치 않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보다 그림에 대한 애정과 재능을 갖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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